무릎 관절염, ‘저선량 방사선 치료’로 통증 완화 가능성 열려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새로운 치료법으로 ‘저선량 방사선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약물 치료의 부작용이나 인공관절 치환술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던 환자들에게 수술 이전 단계에서 활용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김병혁 교수 연구팀은 국내 3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다기관 무작위·위약 대조 임상시험에서 저선량 방사선 치료가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 개선에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9월 말 미국 방사선종양학회(ASTRO) 연례 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임상시험에는 경도에서 중등도의 관절염 환자 114명이 참여했으며, 환자들은 저선량(3Gy), 극저선량(0.3Gy), 위약군으로 나뉘어 6회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치료 4개월 뒤 3Gy 저선량 그룹의 70%가 통증과 기능 개선에서 의미 있는 호전을 보여, 위약군의 42%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통증·경직·기능 종합 점수에서도 저선량 그룹의 개선율이 위약군의 두 배에 달했다. 반면 극저선량(0.3Gy) 치료군은 위약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연구는 암 치료에 사용하는 고선량의 5% 미만이라는 안전한 선량으로 진행됐으며, 치료 과정에서 특이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저선량 방사선 치료는 관절 구조가 보존돼 있으면서 염증이 동반된 환자에게 수술 전 단계 치료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인공관절 치환술 시점을 늦추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선 치료가 관절염에 효과를 내는 원리에 대해서는 연골 재생이 아니라 염증을 억제하는 항염증 작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실제로 저선량 방사선은 활막의 미세 환경을 조절하고 염증 매개체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통증 경감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관절염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가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이번 연구처럼 위약군과 직접 비교해 효과를 입증한 고품질 임상시험은 드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환자들이 흔히 우려하는 방사선 노출 위험에 대해서도 연구진은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암 치료에 쓰이는 고선량과 달리 관절염 치료 방사선은 극히 적은 양이며, 신체 주요 장기와 거리가 있는 부위에 국한된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향후 12개월 장기 추적조사를 통해 영상학적 평가, 환자군별 효과 검증, 비용-효과 분석 등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결과가 향후 임상 지침에 반영된다면, 무릎 골관절염 환자들에게 수술을 미루고 일상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