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건강 콘텐츠의 어두운 이면: 가짜 정보와 AI 사기로 인한 피해 확산
최근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서 쏟아지는 건강 콘텐츠가 ‘생명의 구원자’가 아닌 ‘위험의 덫’으로 전락하고 있다. 암 치료를 약속하는 ‘기적의 식단’부터 백신 거부를 부추기는 ‘자연 치유’ 주장까지, 과학적 근거 없는 정보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삶을 왜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규제와 책임이 필수”라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한 유튜브 영상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설탕이 암세포의 주 에너지원, 설탕 끊기로 암 정복”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수억 뷰를 돌파하며 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상 속 주장은 간단했다. 설탕 섭취를 중단하면 암이 사라진다는 것. 결과는 참혹했다. 일부 환자들은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화학요법을 포기하거나 극단적인 단식에 나섰고, 가족들은 영양 불균형으로 고통받았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김모 교수(가명)는 “설탕은 모든 정상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일 뿐, 암 유발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 이런 콘텐츠는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가짜 과학’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자연 육아 운동’에서도 드러난다. 수만 명의 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백신과 항생제는 독, 자연 치유가 답”이라는 메시지가 퍼졌다. 발열이나 감염 시 병원 대신 활성탄이나 한약 추출물을 권장하는 이 운동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한 아이는 감염이 악화돼 영구적 장애를 입었고, 운동 지도자는 고가의 ‘자연 치료제’를 판매하며 수익을 챙겼다. 결국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피해자들은 “우리 아이의 미래를 훔친 사기”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 공공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암 정복 초식’이나 ‘당뇨 한 달 만에 완치’ 같은 선정적 제목의 콘텐츠에 열광한다. 문제는 제작자들이 대부분 의학 지식 없이 ‘클릭베이트’ 전략으로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의학아카데미(NAM)와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공동으로 ‘소셜미디어 건강 정보 신뢰 기준’을 발표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 기준은 네 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 과학 기반: 최신 증거와 의학적 합의에 근거, 백신이나 암 치료처럼 민감한 주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명확히 구분.
– 편향 배제: 상업적·개인적·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객관성 유지, 건강 제품 홍보를 정보로 위장하지 않음.
– 투명성·책임성: 정보 제공자 신원과 출처 명확히 밝히고, 오정보에 대한 책임 명시.
– 포용성: 다양한 대상자에게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공공 보건 증진.
한국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된 온라인 건강 콘텐츠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의료법 제27조는 무허가 의료 행위를 금지하지만, 실행력은 미흡하다. 한국통신심의위원회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플랫폼의 자율 규제가 더 필요0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건강 정보는 더 이상 개인의 표현 자유가 아니다. 공공재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콘텐츠 제작자는 과학적 검증을, 플랫폼은 알고리즘 조정을, 소비자는 비판적 사고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 시대의 ‘건강 문맹’이 전염병만큼 무서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바른 정보가 생명을 지키는 방패가 될 때까지,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