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적정 섭취 시 오히려 심혈관 질환 위험 낮춰
최근 발표된 해외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한두 잔에서 주 7잔 정도의 커피 섭취가 오히려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통념처럼 카페인이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최근 연구에서 심방세동 환자가 매주 7잔 정도의 커피를 마실 경우 재발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커피를 완전히 끊은 환자 대비 39% 낮은 수치로, 의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만한 발견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UCSF) 그레고리 M. 마커스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혀냈다. 심방세동은 고령화 사회에서 급증하는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심방이 불규칙하게 뛰어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카페인 성분 때문에 커피가 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커피를 끊으라”고 권고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연구팀은 2021년 1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미국, 캐나다, 호주 5개 병원에서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200명(평균 연령 69세)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최근 5년 내 커피를 마신 경험이 있으며, 전기적 심율동전환(심장 리듬 교정) 치료를 받은 환자들로 한정됐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100명)은 하루 최소 한 잔의 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주당 평균 7잔을 유지하도록 지도받았고, 두 번째 그룹(100명)은 커피뿐만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와 다른 카페인 음료(에너지 드링크 등)를 완전히 금지했다. 6개월 추적 관찰 결과, 커피 섭취 그룹의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심방이 분당 300회 이상 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 재발률은 47%에 그쳤고, 중단 그룹은 64%를 기록했다. 이는 커피를 마신 그룹이 재발 위험을 39% 낮췄다는 의미다. 심방세동만 따로 분석해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으며, 두 그룹 간 부작용 발생률에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커피의 ‘숨겨진 보호 효과’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했다. 마커스 교수는 “카페인의 이뇨 작용이 혈압을 낮추고, 커피에 풍부한 항염증 성분이 심장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당분이 많은 탄산음료나 기타 불건강한 대체 음료 섭취를 줄여 간접적으로 심장 건강을 돕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논문 제1저자인 크리스토퍼 웡 박사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커피 제한을 권고해 온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이 연구는 커피가 단순히 무해한 수준을 넘어 보호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커피 섭취의 직접적 영향을 평가한 최초의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마커스 교수는 “부정맥 발작이 이미 진행 중인 환자는 카페인이 심박수를 일시적으로 높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대규모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커피와 심장 건강의 관계를 재평가할 때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마커스 교수는 “이 연구는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커피 관련 무작위 임상시험”이라며 “커피가 단순히 무해한 수준을 넘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정맥 발작이 이미 진행 중인 환자는 카페인이 심박수를 일시적으로 높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추가 연구를 촉구했다. 한국심장재단 관계자는 “고령화로 심방세동 유병률이 증가하는 우리나라에서 유용한 소식”이라며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는 커피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온다. 매일 아침 한 잔의 커피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심장 건강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셈이다. 다만, 영양 전문가들은 “커피 섭취와 함께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라”고 권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