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로 도피하는 아시아 동성애자들이 늘고 있다…“뉴질랜드는 동성애자들의 메카”
아시아 국가들의 많은 동성애자들이 그 나라에 존재하는 동성애 혐오증 때문에 아시아를 탈출해 뉴질랜드를 찾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의 성 문제를 연구하는 샤린 데이비스(Sharyn Davies) AUT 교수는 인도네시아와 그 주변 국가의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LGBT)들이 뉴질랜드로 도피하는 일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주프리(Jufrie)라는 가명으로 자신을 소개한 한 인도네시아 남성은 동성애자로, 지난 1월 자신의 파트너인 남성과 관계를 맺은 혐의로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된 후 뉴질랜드로 오게 되었다.
25세인 중국인 커플 트레이시 보(Tracyy Bo)와 에피 리우(Effie Liu)는 결혼식을 올리고 자녀를 낳을 수 있다는 희망에 뉴질랜드를 찾았다. 이들은 중국에서는 뉴질랜드처럼 동성 커플을 법적으로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싱가포르의 한 레즈비언 커플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오클랜드를 찾았다. 이들은 싱가포르에서는 동성 간의 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결혼식을 올린 후에도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2차례 오클랜드를 방문했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남성 간에 성관계를 갖는 것은 불법이다. 싱가포르 법은 “남성끼리의 외설 행위”를 범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차별 금지법이 존재하고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뉴질랜드는 동성애자들의 메카, 천국과 같습니다.” 데이비스 교수는 말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는 20세와 23세 동성애자 남성 2명이 공개 태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Jakarta)에서는 141명의 남성이 “게이 섹스 파티”에 가담하여 체포되었고, 동성애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사우나에서 경찰의 습격으로 51명이 체포되었다.
데이비스 교수는 성소수자들의 상황이 “아주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1월부터 상황은 끔찍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데이비스 교수는 경찰과 사설 경호원이 개인 주택을 급습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슬람교라는 명목으로 이렇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슬람교는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개인적 정치 의제를 강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많은 정치인들은 동성애 혐오자들로… 성소수자들을 체포하고 범죄자로 만들어 자신의 동성애 혐오증을 공적인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데이비스 교수는 아시아에서 동성 커플들이 관계를 숨기는 일이 이전보다 훨씬 심해졌다고 말한다.
동성애자라는 낙인을 피해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온 레즈비언 커플 보, 리우 ©NZ Herald
주프리는 “종교적인 경비원들”이 야밤에 자신의 집을 급습해 파트너가 체포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새벽 2, 3시에 갑자기 들이닥쳤어요.”
“저의 파트너가 책장으로 방 문을 막고 있었고 그 덕분에 저는 화장실 창문으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주프리는 그의 파트너가 포르노 법(Pornography Act)에 의해 기소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자신의 가족이 근본주의 무슬림 단체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정확한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저는 언젠가 제 남편이 뉴질랜드로 탈출해서 법적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고 있어요.”
보와 리우 커플도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워크 비자와 학생 비자로 뉴질랜드에 체류하고 있다.
보는 지난 2012년 산시성(Shanxi)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오클랜드에 왔다.
그리고 2015년에 중국 레즈비언 앱을 통해 광둥 출신의 리우를 만났다.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갔었지만 그곳에서 정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두 사람은 가족들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 아직 그들의 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레즈비언이라고 낙인찍히면 정말 힘들어져요. 레즈비언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보는 말했다.
“중국에서 정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뉴질랜드입니다.”
뉴질랜드는 인권법에 따라 동성애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으며, 동성 커플은 2013년부터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영주권을 받아서 뉴질랜드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우리의 꿈은 언젠가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 우리를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보는 덧붙였다.
2013년 법 개정 이후 뉴질랜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동성 커플의 약 절반이 해외 동성 커플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동안 뉴질랜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해외 동성 커플은 총 1,785쌍에 달한다.
동성 결혼 건수는 지난 2013년 해외 동성 커플의 결혼 147건을 포함해 354건이었으나, 지난해 960건으로 늘었다.
비자 종류에 관계없이 뉴질랜드로 오는 해외 성소수자가 몇 명인지는 현재로서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아 파악이 어렵다.
번역: 원처치
원본 기사: NZ Herald
https://www.nzherald.co.nz/nz/news/article.cfm?c_id=1&objectid=12055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