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낙농업, 수출 1위 산업의 고민과 도전
‘영 파머스 클럽’ 뉴질랜드 낙농업의 미래 자산 … ‘자긍심·책임감’ 높여
낙농가 피터 모건 “환경보전·고품질 중요 … GMO 거부 어려워”
환경을 지키면서 수익을 내는 것은 축산업의 최대 과제다. 세계 제1의 유제품 수출국, 뉴질랜드의 축산농민 역시 이 문제에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후계농 육성을 위한 인적네트워크, 농민단체의 선도 그리고 협동조합까지 낙농산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피터 모건씨의 농장에는 홀스타인 소들이 착유기 앞에 모여 있었다. 뉴질랜드에선 보통 이른 아침 그리고 오후 2~3시, 하루 두 번 착유를 한다.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던 소들이 착유기에 모여드는 것도, 또 착유 후 줄지어 이동하는 것도 입이 떡 벌어진다. 사육규모는 500두, 농장의 끝자락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크기다.
피터 모건씨는 농민 입장에서 본 뉴질랜드 낙농산업과 농업승계 등의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낙농업을 비롯한 뉴질랜드 모든 농업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1980년대가 뉴질랜드 농업의 전환점이었는데, 수직적 사회분위기에서 수평적 사회분위기로 전환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피터 모건씨는 현재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문화가 바로 ‘수평적 관계’라는 점부터 꺼냈다. 목장에서도 일꾼이든 주인이든 상하관계가 아니다. 물론 일의 성격에 따라 임금격차는 있지만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 지시와 복종이 아니라 협업의 관계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선후배를 잇는 ‘영 파머스 클럽’
하지만 국가경제에 농업의 비중이 절대적인 뉴질랜드도 농민들의 고령화 문제나 농업을 물려줄 후계농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피터 모건씨는 십대 자녀들도 농장일을 돕고 있지만 고된 노동에 ‘괴성’을 지를 때도 종종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쉽지 않은 농업노동에 선뜻 뛰어들 후계농들이 많지 않은 여건이지만 뉴질랜드 후계농들의 인적 네트워크는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성장하고 있다. 바로 ‘영 파머스 클럽’을 통해서다.
영 파머스 클럽은 15세~31세가 참가할 수 있으며 현재 2,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미래의 뉴질랜드 농업 꿈나무를 키워내는 게 주 목적이지만 일반인들의 참여도 상당하다. 모두 농업에 대한 가치를 배우고 확산하는 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농업계 인재’로 제몫을 해 낸다. 영 파머스 클럽은 친목도모를 넘어 정보교환, 농장경영 교육, 각종 경진대회 등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또 자발적인 모임으로 회원들의 연회비(년간 70달러), 회원사 지원 등으로 운영되며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 전역을 통틀어 7개 지역군에서 각각 활동한다.
‘영 파머스’를 통해 성장한 청년농민들은 자연스레 농민연합으로 연대의 폭을 옮긴다. 뉴질랜드 농민 특히 낙농가들의 권익을 위해 농민연합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채식주의자들과 맞서야 하고, 환경보존을 이유로 낙농업을 반대하는 집단에 과학적 근거를 통해 반박논리를 펴는 역할도 농민연합 몫이다.
뉴질랜드 축산업의 경쟁력, 농민연합과 폰테라
수출 중심의 뉴질랜드 축산업은 ‘폰테라’를 통한 결집도 돋보인다. 폰테라는 뉴질랜드 1만1,000 농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협동조합이다. 참여 농민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비록 폰테라 조합원이 아닐지라도 낙농과 관련된 폰테라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열린 협동조합이기도 하다.
폰테라의 조합원 농민들은 낙농산업의 환경적 책임감, 국민들의 영양공급에 대한 자부심, 우수한 품질에 대한 목표를 공통적으로 체화시키고 있다. 피터 모건씨 역시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런 자긍심을 바탕으로 폰테라의 유제품을 최고의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를 이끄는 선도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또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뉴질랜드 낙농업은 시장 민감도가 높다. ‘질병’이나 ‘병해충’ 예방을 위해 검역과 방역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길이 막히면 다 버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은 제품과 환경보전에 더욱 매진하게 하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규모 수출농업이 갖는 자본적 속성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뉴질랜드 인구수 보다 많은 소들은 환경친화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동반하고 있다. 또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피터 모건씨 역시 “GMO 동식물에 대해 터부시하고 있지만 그것 없이는 뉴질랜드 낙농을 멈춰야 한다. 식량공급에도 문제가 생긴다”면서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고민거리다. 개인적으로도 (GMO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털어놨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세계시장’에 잘 팔기 위한 판매의 지속가능성과 또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양측면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착유장 앞에서 대기 중인 소들 |
착유를 마친 소들이 다시 목초지로 이동하고 있다. |
뉴질랜드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침 일찍 그리고 오후 2~3시경 하루 두번 착유를 한다. 사진은 피터 모건씨 농장의 착유기. |
피터 모건씨가 대산연수단에게 뉴질랜드 낙농산업, 후계승계, 협동조합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