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페루, 러시아행 건 마지막 축구전쟁 펼친다
러시아행 막차를 타기 위한 ‘외나무다리 대결’이 펼쳐진다.
2018 러시아월드컵 대륙별 플레이오프(홈 앤드 어웨이)에 나서는 뉴질랜드(오세아니아)와 페루(남미) 이야기다. 이 대결 승자는 러시아월드컵 본선 티켓 32장 중 마지막 1장의 주인공이 된다.
15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이 확정한 대륙별 플레이오프 일정에 따르면 뉴질랜드와 페루는 다음 달 11일(뉴질랜드 웰링턴) 1차전을 치른 뒤, 같은 달 15일 2차전(페루 리마)을 치른다. 11월 14일 끝나는 유럽 플레이오프, 아시아-북중미 플레이오프, 아프리카 최종예선과 달리 뉴질랜드와 페루가 맞붙는 오세아니아-남미 플레이오프는 이보다 하루 늦게 끝난다. 축구팬들이 두 나라의 맞대결을 두고 ‘마지막 승부’라고 부르는 이유다.
뉴질랜드와 페루의 플레이오프는 ‘지옥의 레이스’가 될 전망이다. 양국은 경기를 위해 항공편으로 최소 19시간 이상 최악의 스케줄을 감수해야 한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페루 리마까지는 비행기로만 19~22시간 걸린다. 직항도 없고 중간에 두 차례나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다. FIFA도 뉴질랜드와 페루를 오가야 하는 장거리 이동 거리 탓에 중간 휴식일을 하루 더 줬다. 당초 뉴질랜드-페루의 플레이오프는 11월 11일과 14일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거리가 먼 탓에 FIFA는 중간 휴식일을 하루 더 줬다. FIFA는 장거리 이동과 시차를 고려해 1차전이 끝나고 휴식일을 하루 더 주기로 결정하고 양국 축구협회에 통보했다. 이번 대결이 다른 지역 플레이오프보다 하루 늦은 11월 15일에 끝나는 이유다. 뉴질랜드축구협회 관계자는 “두 나라 모두 FIFA에 경기 날짜 조정을 요청했다”라며 “이번 결정으로 선수들이 시차와 장거리 이동의 부담을 덜게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월드컵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만큼 뉴질랜드-페루의 대결엔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오세아니아 최종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대륙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정했다. 오세아니아 최종예선에 걸린 월드컵 티켓은 0.5장이다.
뉴질랜드의 저력은 ‘뉴질랜드 무리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앤서니 허드슨(36) 뉴질랜드 감독으로부터 나온다. 2014년 8월, 33세의 나이로 뉴질랜드 지휘봉을 처음 잡은 허드슨 감독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장하며 배운 유럽축구를 입혔다. 지난해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네이션스컵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컨페드컵)에서 최연소 감독으로 참가하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컨페드컵 각 대륙별 선수권 우승팀이 참가하는 대회로 ‘미리보는 월드컵’으로 통한다.
이에 맞서는 페루의 간판 스타는 ‘특급 골잡이’ 파올로 게레로(33·플라멩고)다.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프로에 데뷔한 게레로는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25·토트넘)과 주전 경쟁을 벌여 국내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와 날카로운 슈팅이 주무기인 게레로는 20대 중후반부터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는 2011년 아르헨티나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5골)에 오른 데 이어 4년 뒤 첼레 대회에서도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칠레)와 공동 득점왕(4골)에 오르며 남미 최고 골잡이 반열에 올랐다. 통산 A매치 기록은 84경기 32골이다.
페루의 극적 플레이오프행을 이끈 것도 게레로다. 그는 지난 11일 콜림비아와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 최종전 패색이 짙던 후반 31분 극적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페루는 칠레를 골득실 차이로 밀어내고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5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페루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17일 FIFA가 발표한 세계랭킹에 따르면 페루는 10위, 뉴질랜드는 122위로 양국의 랭킹 격차가 무려 100계단 이상이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기적을 꿈꾸고 있다. 뉴질랜드축구협회 앤디 마틴은 espn과 인터뷰에서 “페루와 플레이오프에 대한 언론과 축구계에 관심이 대단하다. 이미 홈경기 1차 판매분 티켓 1만장이 매진됐다”면서 “FIFA의 일정 배려로 페루 원정시 시차 적응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이룬 기적같은 본선행을 재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