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불의 고리’…멕시코 이어 뉴질랜드·대만·日 연쇄지진
멕시코 사망 225명으로 늘어…이틀새 태평양 인근 4곳서 규모 6.0 이상 동시다발 지진
일부선 `방아쇠 효과` 분석도
■ 지구촌 흔들…커지는 공포
‘방아쇠 효과’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의 연속일까.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가 들끓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발생한 규모 8.1의 대지진을 시작으로 뉴질랜드,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한 국가가 연이어 흔들리고 있다. 규모 6.0 이상의 큰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수백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1년에 수십만 건의 지진이 발생하는 만큼 최근 연달아 발생하는 지진 사이에 연관성은 크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7일 남부지역 태평양 해상에서 규모 8.1의 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규모 9.0) 이후 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으로 꼽힌다. 98명의 사망자가 났다.
그런데 이 대지진이 일어난 지 12일이 지난, 지난 19일 멕시코 중부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도 멕시코시티가 쑥대밭이 됐다. 이번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한국시간 21일 오후 현재 225명까지 늘어났다.
멕시코의 연이은 참극으로 세계가 비탄에 빠져 있던 다음날인 20일 뉴질랜드 남섬에서 남서쪽으로 585㎞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뉴질랜드 전 지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같은 날 대만에서도 현지시간 오후 10시 규모 5.7의 지진이 일어났다. 대만 중앙기상국은 화롄현에서 동쪽으로 74.6㎞ 떨어진 해안에서 지진이 발생해 대만 동부지역 전역에서 최대 진도 5의 떨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원의 깊이가 15.3㎞로 얕았으나 쓰나미 경보는 없었다. 21일 새벽에는 일본 이와테현 가마이시 남동쪽 바다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혼슈 지방이 흔들렸으나 진앙이 육지에서 약 280㎞ 떨어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후 불과 몇 시간 차이로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인근과 남태평양 바누아투 에로망고섬에서 규모 5.7과 6.4의 지진이 이어졌다.
지구 표면은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맨틀’이라는 액체 위에 떠 있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맨틀은 계속해서 움직이는데 이에 따라 지각도 미세하게 움직인다. 지구의 겉부분을 감싸고 있는 지각판은 13개로 나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두 개 이상의 지각이 서로 만나거나 맞물리는 곳에서는 ‘응력(Stress)’이 발생한다. 맨틀은 계속해서 움직이는데 맞닿은 지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지각은 쌓인 힘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균열이 발생한다. 지각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그 파동이 전달되는 것이 지진이다.
한 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지층이 갈라지면서 ‘단층’이 생긴다. 조금만 힘이 쌓여도 단층이 끊어질 수 있어 균열이 존재하는 곳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지진이 발생한다.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 등 네 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남미 칠레 일대와 일본 등에서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지진이 잦은 만큼 지각이 약해 화산활동 또한 활발하다. 이 지역을 ‘불의 고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전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이 지역에 몰려 있으며 전 세계 지진의 약 90% 역시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다.
서로 인접한 지각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또 다른 지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방아쇠 효과’라고 부른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한반도 지각이 3㎝ 정도 동쪽으로 움직였고, 이후 지각이 원래 위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12일과 19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지진처럼 수천 ㎞ 떨어진 곳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발생한 지진이 서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설사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현대 과학으로 두 지진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동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멕시코시티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위험성이 다시 부각됐다”며 “하지만 지진 통계를 보면 다른 때에 비해 최근 들어 불의 고리 지역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불의 고리에서는 항상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지진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