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 “오클랜드서 독극물 공격 받아”
‘러시아 스파이 암살 기도 사건’으로 영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뉴질랜드에 난민으로 체류했던 전직 러시아 스파이가 오클랜드 도심 거리에서도 독극물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구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이었던 보리스 카르피치코프는 지난 1990년대 서방측에 정보를 넘겨주는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5개월 동안 뉴질랜드에 체류했다.
그는 당시 오클랜드 도심 퀸 스트리트를 걸어가고 있는 데 누군가 자신의 얼굴에 백색 가루를 뿌렸다며 그 후 몸에 이상을 느꼈다고 영국 방송에 밝혔다.
카르피치코프는 지난달 12일 KGB의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아주 중요한 전화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그 자신과 세르게이 스크리팔 등이 목표물이 되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으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이중간첩 출신인 스크리팔은 지난 4일 런던 인근에서 딸과 함께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중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은 이 사건을 암살기도 사건으로 보고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카르피치코프는 스크리팔과 딸에 대한 공격을 누가 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러시아 비밀정보기관, FSB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들이 공격을 받은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오클랜드에서 공격 받은 사건과 관련, 2006년 11월 어느 날 오전 퀸 스트리트를 걸어가고 있는 데 누군가가 얼굴에 백색 가루를 뿌려 독극물 중독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가방을 들고 그냥 길을 가고 있는 데 누가 내게로 다가왔다. 보통 거지처럼 보였는데 내 가방을 잡으려고 했다”며 “그 다음 얼굴에 먼지 같은 걸 뒤집어썼다. 그리고 거지는 걸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쯤 걸어갔을 때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해 거의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았다. 땀이 나기 시작하고 저녁때는 콧물이 흘러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에게 갔더니 보통 감기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에 왔을 때 90kg쯤 되는 비만형이었는데 백색가루 공격을 받고 나서 30kg쯤 빠지고 머리털이 빠졌다. 그 이후 건강에 차츰 회복됐다“고 말했다.
카르피치코프는 라트비아에서 활동했던 러시아 스파이로 지난 1995년부터 라트비아 정부와 서방측에 정보를 넘겨주기 시작했다.
1998년 그런 사실이 발각되자 그는 런던으로 도주했으나 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8년여 동안 고생을 하다 2006년 6월 영국에 있으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정보원의 충고로 가짜 리투아니아 여권을 가지고 오클랜드로 날아왔다.
그는 그 이후 난민 지위를 신청했으나 그것도 처음에는 거부돼 난민지위항소당국에 재심을 요청해 심의되고 있는 도중에 다시 위조 리투아니아 여권을 가지고 영국으로 넘어가 체류하고 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장관은 영국에서 일어난 스파이 암살기도 사건에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데 대해 커다란 우려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영국이 러시아에 대한 보복을 요청했을 때 찬성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