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 ‘6억 이하 아파트’ 사라지는 중… 투자 수요는 빌라로 이동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저가 주택의 희귀성이 높아지면서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주택 마련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아파트 투자 규제가 강화되자 재개발 기대를 품은 빌라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 가격 상승과 정부 정책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시장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가 아파트 ‘소멸 위기’… 청년층 내 집 마련 ‘빨간불’
부동산 플랫폼 집토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2015년 80.5%에서 2025년 15.8%로 대폭 하락했다. 이는 서울 주택 시장의 고가화 추세를 여실히 드러내는 지표로, 특히 신혼부부의 최소 주거 기준인 전용면적 50㎡ 이상 아파트로 한정하면 비중이 78%에서 9.2%까지 떨어졌다.
자치구별 격차도 뚜렷하다. 강남구, 서초구, 성동구, 용산구, 마포구, 송파구 등 6개 구에서는 해당 조건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1% 미만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진 상태다. 반면 도봉구(60.3%), 금천구(50.5%), 강북구(34.7%) 등 외곽 지역 5개 구에서만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저가 주택의 감소는 보금자리론 등 청년·신혼부부 대상 대출 상품의 활용 기회를 줄여, “서울에서 생애 첫 주택 구매의 최소 발판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토스 관계자는 “단순한 집값 상승을 넘어 청년 세대의 주택 접근성이 위협받고 있어, 실효성 있는 공급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규제 여파… 빌라 시장으로 ‘투자 수요’ 쏠림
이러한 아파트 시장의 고가화와 함께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빌라(다세대·연립주택)로 쏠리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과 7월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각각 4052건과 4011건으로, 두 달 연속 4000건을 넘어섰다. 이는 2022년 5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최고치로, 지난해 하반기 평균(2739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빌라 거래 활성화의 배경에는 재개발·재건축 기대감이 크다. 아파트값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노리고 있으며, 특히 송파구(전월 대비 112건 증가), 중랑구(48건), 서초구(46건) 등 재개발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서 거래가 집중됐다.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토지거래허가제의 2년 실거주 의무가 없고, 주택담보대출 한도(6억원) 내에서 자금 조달이 수월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민간 정비사업 지원 정책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모아타운 사업 등을 통해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빌라 투자 열기를 더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 빌라 거래 증가는 재개발 지분 투자 성격이 강하며, 아파트 분양권 대체 수요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전세보증 조건 강화로 인해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방식이 어려워질 수 있어,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시장 불안정성 우려… 정책적 균형 필요
서울 부동산 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주택 공급 부족과 규제 정책의 복합적 결과로 풀이된다.
저가 아파트의 감소는 청년층의 사회적 이동성을 저해하고, 빌라 투자 붐은 전세사기 사태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시장 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후속 대책이 시장 안정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