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정부 대책에도 흔들리지 않나
실수요자까지 가세하며 매수세 확산
서울, 2025년 9월 29일 — 정부가 잇따라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등 강도 높은 안정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 집값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수요자까지 매수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매매·전세 동반 급등 … 매수 심리 자극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하며 3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성동구, 마포구, 광진구, 송파구, 강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에서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서울 전세가격은 0.09% 올라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세 물량 부족과 임대료 상승 압박이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흐름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전세 부담이 커지자 일부 실수요자는 ‘임대 아닌 매입’ 쪽으로 판단을 바꾸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매수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출 규제·공급 정책, 시장을 잠재우지 못해
6월 27일 실행된 대출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며 다주택자 대출을 사실상 막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금 보유력이 높은 층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규제의 실효성은 기대만큼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9월 7일 발표된 공급 확대 정책(‘9·7 대책’)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공택지와 유휴지, 노후 시설 등 활용 가능한 땅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해당 정책이 실질적인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많다. 그간 유사 정책들이 기대만큼 시장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는 경험 때문이다.
왜 정책이 먹히지 않나 — 전문가 진단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씨는, 현재 집값이 쉬이 내려가지 않는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1. 시장 구조 변화
과거에는 저층 재건축 아파트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고층 일반 아파트가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예컨대 송파구 잠실의 대형 단지들이 시장 풍향계 역할을 한다. 실수요 중심 수요가 강한 상태에선 조정 대신 거래 둔화 방식으로 조정되는 경향이 커졌다.2. 풍부한 유동성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7월 기준 광의통화(M2)는 사상 최대 수준인 약 4,344조 원에 달했다. 통화량 증가와 재정 지출 확대, 주식시장 활황 등이 맞물리며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구조적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3. 조바심 매수 심리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나 규제 강화 방안을 예고하면서, 앞으로 규제가 더 강해질 것을 우려한 수요가 조기 매입에 나선다. 특히 성동구, 마포구 등 규제 후보지의 거래량이 9월 들어 급증한 것도 이러한 심리를 반영한다.
정부, 추가 대책 신중 모드
정부는 규제지역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후속 조치를 검토 중이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고 서울시와의 이견도 있어 즉각 실행을 꺼리는 모습이다. 과거 반복된 규제 강화가 풍선효과를 낳았던 경험을 정부는 경계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특정 지역 과열 징후가 있을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권한을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토위에서 심의 중이다.
만약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규제지역 지정, 대출 규제 강화, 세제 개편(취득세·보유세·양도세 조정) 등 강도 높은 후속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마포·성동 등 급등 지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처럼 서울 집값은 정부의 다방면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실수요자까지 매수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이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 집값 안정이 가능할지 시장과 정책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