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살리겠다던 ‘세컨드홈 정책’, 1년 반 만에 드러난 성과 부진
정부가 지방 인구 감소와 주택시장 침체를 완화하겠다며 내놓은 ‘세컨드홈 특례’가 사실상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정 지역의 대부분에서 거래량이 줄어들었고, 증가세를 보인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정책 의도와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는 뚜렷한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거래 증가한 곳은 83곳 중 5곳 불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세컨드홈 특례가 적용되는 전국 83개 시·군 가운데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곳은 대구 군위군, 강원 삼척시, 전북 남원시, 전남 함평군·진도군 등 5곳에 그쳤다. 군위군은 40%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월평균 거래 건수는 5건에서 7건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 나머지 78곳은 거래량이 오히려 줄었고, 경남 남해군(-32.6%), 경북 울릉군(-45.2%), 전남 곡성군(-38.5%) 등 10곳은 30% 이상 급감했다. 지역 공인중개업계는 “예전에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외지인 발길 자체가 끊겼다”며 체감 경기를 전했다.
정책 취지와 달리 효과 제한적
세컨드홈 특례는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추가 주택을 매수해도 여전히 1주택자 지위를 인정해 양도세·종부세·재산세 등에서 세제 혜택을 유지하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도시민들이 지방에 별장을 두게 만들고, 침체된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전부터 “세제 혜택만으로는 수요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회의적 전망이 결국 현실화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방 집값은 상승 기대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세제 인센티브만으로는 수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며 정책 한계를 지적했다.
대상 지역 확대에도 회의론 여전
정부는 오히려 제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릉·동해·속초·인제, 익산, 경주·김천, 사천·통영 등 9곳을 추가 지정하고, 세컨드홈 특례 적용 주택의 공시가 기준도 4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시세로 환산하면 13억~14억 원대까지 포함돼 사실상 대상 지역 내 대부분 주택이 혜택 범위에 들어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이 정도 인센티브로 지방 주택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다”며 “차라리 지방에 한해 다주택자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등 보다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지방 부동산 침체는 산업과 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며 “세제 혜택뿐 아니라 고용 창출과 생활 기반 확충이 병행돼야 시장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방향 전환 필요
결국 ‘세컨드홈 정책’은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 회복과 인구 유입이라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 채 성적표를 내놨다. 정부가 내년부터 대상 확대와 기준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정책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 산업 유치, 일자리 창출, 생활 인프라 개선 등 복합적 접근 없이는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