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제2당, 노동당 대표 아던, 연정 협상 주도해 집권 성공
뉴질랜드에서 30대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노동당을 이끄는 37세의 재신다 아던 대표다.
19일(현지 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총선 이후 연정 협상을 주도해 온 뉴질랜드제일당이 노동당, 녹색당과 함께 차기 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아던 대표가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제일당 대표와 직접 담판을 벌여 연정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노동당은 9년 만에 국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게 됐다.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당이었던 국민당이 56석으로 1위에 올랐고 노동당은 46석으로 2위였다. 과반인 61석 이상을 획득한 정당이 없어 연정 구성을 위한 경쟁이 펼쳐졌다. 아던 대표는 이날 연정 구성이 발표된 뒤 기자회견에서 “뉴질랜드가 다시 한 번 세계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아던은 총선을 약 두 달 앞둔 8월 초 노동당 대표에 취임해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32석이던 의석을 46석으로 14석이나 늘렸다. 최근 12년간 최고 성적이다. 앤드루 리틀 전 노동당 대표가 당의 지지율이 24%까지 곤두박질치자 당시 노동당 부대표이던 아던을 구원투수로 지목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아던은 당수가 되자마자 ‘성차별 논쟁’을 이끌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8월 2일 뉴질랜드의 아침방송 ‘AM 쇼’에 출연한 아던에게 진행자가 “총리가 현직에 있는 동안 출산휴가를 가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화가 난 아던은 진행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2017년에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사건은 뉴질랜드에서 크게 화제가 됐고 노동당 득표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의 자신감 넘치고 거침없는 모습은 많은 뉴질랜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재신다 마니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아마추어 DJ로도 활동했던 아던은 결혼은 하지 않고 세 살 연상인 방송인 클라크 게이퍼드와 동거 중이다.
아던은 10대 시절부터 뚜렷한 정치적 소신을 보였다. 17세에 노동당에 입당했고 26세인 2006년 영국에 건너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밑에서 정책 조언가로 일하기도 했다. 2년 후 뉴질랜드로 돌아와 의회에 입성했다. 이때 나이가 28세이다. 아던은 모르몬교 집안에서 자랐으나 동성애를 반대하는 모르몬교 교리를 비판하며 20대에 무교로 돌아섰다.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대학 교육의 무료화, 집값 안정, 낙태 합법화, 아동빈곤 퇴치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물세(water tax)를 도입하고 10년 안에 모든 강에서 수영이 가능하도록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이민자 축소, 외국인 주택 매입 금지 등 외국인에 대한 폐쇄 정책도 동시에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