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아파트 ‘밀어내기 분양’ 대란… 전국 4만 가구 쏟아진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아파트 물량이 이달 한꺼번에 시장에 풀린다. 건설사들이 연말 사업연도 마감을 앞두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을 덜기 위해 분양을 서두르면서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11월이 사실상 올해 마지막 대규모 공급 창구”라며 청약 시장 과열과 지역별 양극화 현상을 동시에 경고하고 있다.
월간 최대 4만7837가구… 전월比 2배↑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 전국에서 일반분양되는 아파트는 총 29개 단지, 4만7837가구(임대 제외)로 집계됐다. 이는 10월(2만3000여 가구)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자 올해 월간 최대 물량이다. 수도권에서만 2만9000여 가구(76%)가 집중되며, 특히 비규제지역인 김포·인천·용인 등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밀어내기’가 두드러진다.
주목할 점은 공급 주체다.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 중 8곳이 11월에 분양을 예고했다. GS건설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2500가구, 대우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1800가구를 각각 일반분양한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용인 플랫폼시티에서 3200가구 규모의 대형 단지를 내놓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PF 대출 만기가 연말에 몰려 있어 분양률 70%만 넘겨도 사업 안정화가 가능하다”며 “연내 분양을 못 하면 내년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마지막 기회’ 심리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비규제지역 전매제한 완화’ 방침도 건설사들의 분양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비규제지역은 분양 후 6개월만 지나면 전매가 가능해져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으로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열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 외곽 비규제지역은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길 수 있지만, 지방은 미분양 리스크가 커 건설사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000여 가구로, 11월 물량이 지방에 집중될 경우 ‘미분양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극화 심화… “상급지 vs 하급지 격차 더 벌어진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규모 분양이 주택시장 양극화를 한층 더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마포 등 이른바 ‘상급지’는 공급이 사실상 없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도 드물어 기존 아파트 가격만 치솟는 구조다. 반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물량이 넘쳐나면서 가격 하방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학회장은 “건설사들이 PF 부담을 덜기 위해 무리한 분양가를 책정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결국 미분양으로 돌아온다”며 “정부는 분양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11월 분양 시장은 건설사 생존과 소비자 내 집 마련 기회가 맞물린 마지막 승부처다. 하지만 과열된 청약 경쟁과 지역별 미분양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